한 줌
이 상황에서 느껴지는 모든 감정들에 신경들이 곤두선다. 감정들은 날카롭게 머리를 찌른다. 수 많개의 바늘들이 머리를 쿡쿡, 찌르고 또 찌른다.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늪에 빠진 것같다. 계속해서 나를 찾아 오는 것들이 있다. 이 과정이 괴롭다. 악몽에서 깨어나고 싶은데 악몽은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사람들은 잊고싶은 기억에서 벗어나고자 하지만 그것은 악몽의 형태로 다시 꿈에 나타난다. 그것은 끈질기게도 머릿속에 진득히 달라붙어 있다. 절대 잊혀지지 못하도록. 내 두려움을 갉아먹으며 커진다. 악몽에서 벗어나고자 매일 밤마다 발버둥친다. 누군가 이 꿈을 깨워줬으면. 누군가 이 꿈을 가져가 줬으면. 제발.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다. 아니, 꿈이 있다. 여전히 어딘가 깊은 곳에서는 열정이라는 한 줌의 재가 남아있다. 살고자 하는 욕망, 시선을 신경쓰는 자존심. 괴물이 된 건 꾀나 오래전 일이다. 악몽으로 꿈을 꾸는 게 무의미해졌다. 꿈이 두려워 졌고 재밌고 설렜던 꿈의 과정이 무서워졌다. 이젠 어린 나의 순수함으로 돌아가 꿈을 꿀 수 없다. 내가 이룰 수 있는 것들이 제한적이다. 그때의 내가 이루고자 했던 무수한 것들이 검게 타들어갔다. 열정을 짖밟는 건 타인의 시선과 참견이었지. 내가 아니었다. 내가 바뀌어간 것도 그들의 시선과 억압이었지 내가 변하고자 마음먹은 게 아니었다. 나는 내 순수함을 지키고 싶었다. 내 동심과 어릴 적 내가 느꼈던 생각과 느낌, 그 모든 것들을 버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버려야 얻을 수 있었다. 이 작고 초라한, 고작 그것 따위가 내 꿈을 버리고 채울 그릇조차 안돼는 것이. 내 동심을 버려야 얻을 수 있었다. 나는 삶을 선택하기 위해 버렸고. 꿈을 잊어버렸다. 이건 너무 잔혹한 등가교환의 법칙이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