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이 멎는 시간
고마운게 많은 사람이다. 많은걸 느끼게 해줬으니. 이제는 정말 잊을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생각할 겨를도 없을만큼 바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다시 마주치길 바라던 느린시간들을 뒤로해야될 때가 왔다. 그 느린시간속에서 얼마나 괴로웠는지 모른다. 보고싶었고, 짧은 찰나들이 그리웠고 자꾸 생각나서 수많은 사람들을 지나칠 때마다 온몸이 떨렸다. 비슷한 옷을 입은 사람이라도 보면, 모자를 쓴 사람들만 봐도 그랬다. 그저 남일뿐인 사람들인데. 나는 스쳐지나가는 모든 것 들을 붙잡고 혹여 네 흔적을 하나라도 잡을 수 있지않을까 필사적이었다. 어리석은 짓인걸 잘안다. 너를 눈앞에서 놓치고서, 바보같이 이제와서 붙잡으려하는게 얼마나 한심한지 잘안다. 그래서 더 괴로웠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을 이토록 이 밤이 다가도록 생각하면서 그리워한다는게, 모르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보며 혹여 네가 아닐까 기대한다는게. 이제는 이 바보같은 짓을 그만하기로 했다. 정말로 무뎌지기로 했다. 아니, 무뎌질거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빨리, 많이.
괴로웠던 시간만큼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함께했던 그 짧은 순간들이, 그 부질없는 인사가. 이제는 정말 접어둬야 겠다. 아직은 너를 무의식중에 찾을지도 모른다. 기대할지도 모르고, 은연중에 그리워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더 시간이 지나면 더 아프고 다른 것에 더 쫓기게 되면 그때는 정말 기억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저 건너편 어딘가에 한동안은 나를 괴롭혔던 네가 흔적만 남아있겠지. 흉터는 남을거다. 묘한 우연이었다고, 적어도 나는 치부하니까. 꾀나 질긴 감정이었으니까. 처음이었으니까.
내가 없는 곳에서 어디에 있을지도 모를 너를 응원한다. 네가 어떤 사람인지도 잘 모른다. 그저, 막연하게 내게는 좋은 사람이었던 너라고 기억한다. 행복했으면 좋겠다. 건강했으면 좋겠고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좋은 사람이니까 분명 주변에 좋은 사람이 나타나 너를 행복하게 해줄거라고 믿는다. 가끔은 네 친절함에 질투도 났었는데. 이제는 그런 너를 닮고싶다. 어딜가든 사랑받을 사람이라는 걸 안다. 그런 사람이기에 나도 그를 사랑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어둠이었기에 빛을 볼 수 있었다고 믿는다. 무엇이든 뭐가 중요하겠냐만은. 사랑하고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일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봤던 그는 누구보다 다정한 사람이었으니까. 어디서든 사랑받는 사람이 되었으면, 다시는 볼 수 없는 그사람을 생각하면 나도 그런 사람이 되어야 겠다고 많이 다짐하게 된다. 이상한 모순이다. 어째서 나는 이토록 무모하게 좋아할까. 어찌됐든 간에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줘서 고맙다. 네가 네 주변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되길 바라고 네 삶을 응원한다. 네가 행복하길 바라고, 그만큼 앞으로도 나는 더 좋은사람이 되기위해 노력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