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외로움에 대해 물은 적이 있다.
외로움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외로움에 대해, 외로움에 대해.
오래전 기억이 문득 생각난다. 똑같은 방안, 색바랜 벽지, 누렇게 변한 천장. 언제는 우울한 기분을 조금이라도 떨쳐보려고 창문을 열고 공기를 환기시켰다. 답답했던 실내가 조금은 숨이 트이는 것같았다. 눈부시게 밝은 밖은 영원히 밝을 것처럼 빛났다. 햇살이 얼굴 위로 쏟아져 내렸다. 온 몸에 빛을 받고 조금이라도 이 우울감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마치 이 빛이 영원할 것처럼.
어김없이 해가 지고 밤이 찾아왔다. 우울감은 더 해졌다. 내게는 떨쳐지지 않는 거머리같은 거였다. 창을 닫고 방한켠에 앉아 어둠을 맞이한다. 아까했던 내 모든 것들이 발악으로 느껴졌다. 벗어나고자 했던 내 행동은 웃음거리밖에 되지 않았다. 다시 해가 밝으면 또 나는 발버둥치고, 밤이 되면 체념하겠지. 이런 반복을 나는 죽을만큼 혐오한다. 누군가는 반복적인 일상이 평화라고 역설한다. 글쎄. 나는 모르겠다. 죽고싶은 날들의 연속을 버티면서 산다는 건 절대 평화가 될 수 없다.
외로움을 탄다고 누구는 말한다. 외로움. 이 지독한 우울감에 겹쳐진 외로움. 외로움 때문에 우울한 걸까. 우울해서 외로운걸까. 옆이 허전해서 그런, 단순한 외로움이 아니다. 태생적으로 혼자였던 삶에 버틸 수 있는 버팀목이 나타나면 외로움이 생긴다. 혼자인게 익숙했던 삶에 변화가 생기면 깊은 외로움이 생긴다. 차라리 혼자가 익숙져서 그게 좋으면 몰라도. 혼자를 좋아하는 나조차도 외롭다. 사람들 사이에 있어도, 외롭다. 외로움은 사람으로 비워진 틈으로 시시때때로 찾아온다. 혼자가 아니더라도, 혼자더라도 상관없다. 나는 이 우울감에 겹쳐진 외로움을 이겨내기 어렵다.
공허함을 느낀다. 밝은 날이 모순적으로 더 힘들때가 있다. 구름낀 날은 무기력해지고. 좋은 날이 없다. 좋은 날이 있을 수가 없다. 외로움이란 그렇게 내 하루하루를 갉아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