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비었다
이제우
2019. 10. 11. 01:15
생각나는 것도 생각날 것도 없다. 긴 시간의 막을 내릴 때가 되었다. 정말 자유로워졌다. 너로 인해 긴 밤이 괴롭지도 않고 너와 닮은 사람을 봐도 힘들지 않다. 널 생각하는 시간이 줄었다. 이젠 너를 생각하지 않는 시간이 더 길다. 이젠 잊고 산다. 다행이다.
홀가분하다. 시간이 지나니 괴로웠던 감정조차 무뎌진다. 무서울만큼 감정이 식었다.
닮은 사람을 봐도 네 생각이 안난다.
마음에 무언가 커다랗게 뚫린 것같다. 공허한데 시원하다. 씁쓸하면서도 빈 느낌이 싫지않다. 가벼워진 마음이 짙은 새벽을 더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너로 가득했던 밤이 이젠 나로 가득하다. 몸이 멀어지니 마음도 멀어지는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인가보다. 너를 보지못하니 마음이 생기고 싶어도 생길 수가 없다. 웃기지만 사실이다. 그사실이 죽도록 밉고 원망스러웠는데 이젠 행복하다. 덕분에 부질없는 희망따위에 목숨거는 일 따위는 하지않으니까 말이다.
내 겨울이었고 봄이었던, 어느 초여름 밤에 마지막으로 봤던 내 신기루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