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
그사람에 대해 궁금한게 많았다.
어디에 사는지, 영화는 좋아하는지, 즐겨듣는 노래는 뭔지, 힘들땐 뭘하는지.
그사람이 선택해 놓은 노래를 매일 훔쳐 들었다. 바보같지만 어쩔 수 없었다. 하필 노래 가사가 왜 이따윈지 모르겠다.
좋아하는 건 아니다. 싫어하는 것도, 그냥 그 어느 중간에 있는 것 같다. 차단을 누르면 연기처럼 사라질 사람인데 쉽사리 그렇게 하지 못한다. 번호도 삭제를 하고 문자도, 카톡도 다 지웠는데. 자존심이 상해도 흔적을 완전히 지우긴 싫었다. 비참해서 아무한테도 얘기하진 않았다. 그냥 가끔씩 생각나서 벽을 보며 허공에 주먹질하는 걸로 내 비참함을 달래고 있다. 짜증나.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나는 아쉬운 쪽이니까. 근데 대체 뭐가 아쉬운걸까. 그래봤자 나는 너를 계속 좋아하는데.
놓칠 것 같아서 먼저 다가간 것은 순전히 너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사람한테서 너를 보진 못했다. 그랬다면 더 필사적이였을텐데. 너를 놓쳤던 게 생각나서 움직였다. 다가가면서도 알고 있었다. 이사람이랑 나는 잘되지 못할 거라는걸. 해소되지 않는 불안함은 늘 그랬듯 맞아 떨어졌다. 그래도 후회될 건 없다. 후회보다는 차라리 공허함이 낫다.
모르는 사람한테 나이나 이름묻는 건 당연하면서도 너무 쉬운데. 너한테는 왜 그게 그렇게 어려웠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네 생각이 많이 났다. 어딜가도, 누굴 만나도 네가 문득 생각났다. 다 쉬운데. 왜 너한테만 그 사소한 것들이 그렇게 어려웠던 걸까. 그사람들 보다도 오래본 너에 대해서 나는 더 아는 게 없었다. 그게 서러워서 울었다. 너때문에 변했다. 너를 놓쳐서, 너한테 다가가지 못한 나때문에.
아직도 나는 네가 너무 좋은데 어떡하지. 추워지니 더 생각나는 것 같다. 네 모든 것들이 하나씩 선명해지는 것 같다. 잊는 건 쉽지가 않다. 누구를 만나도 네가 생각난다. 네가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