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숨이 거둬지길 바란다.
죽을만큼 괴로웠던 시간들이 있었다. 원래 초반은 다 그렇다고 다들 그런다. 그래서 그런지 나도 괴로웠다. 눈을 뜨는게 힘들었다. 아침이 오는게 무서웠다. 자리에서 일어나 의연하게 준비하는게 버거웠다. 나를 내려놓고 싶었다. 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내 선택에 후회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자꾸 나를 질책하고 있는 나를 보면서 나는 고개를 떨궜다. 어쩔 수 없었다. 나는 무언가를 탓해야만 했다. 그게 설령 나일지라도. 끝없는 괴로움은 내 살을 파고 들었다. 내 살갗을 찢고 들어와 뼛속 깊이 스며들었다. 잠이드는 순간에도 꿈속에 나타나 나를 괴롭혔다. 벗어날 수 없는 거였다. 나는 어디에서나 느껴야했다. 해소할 수 없는 괴로움이 내 일상에 들러붙어 있었다.
지금은 조금 괜찮아졌다. 여전히 몸도 마음도 지치고 아픈건 여전하다. 천천히 정리중이다. 시간이 지나면 더 괜찮아질거라고 믿는다. 더 시간을 보내고 나면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늘 그랬듯이. 가끔은 사람이 끝없는 우울감에 바닥을 기어다닐때가 있다. 나는 끝없이 바닥에서 방황했다. 방황하고 방황하면서 무언가를 찾아야만 하는 강박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제대로 해내지 못했었다. 나를 사로잡은 강박은 나를 벼랑밑으로 밀었다. 죽어라, 죽어라. 하면서. 방황할 수도 있는 건데. 찾지 못할 수도 있는 건데. 인정을 하면 더 괜찮아진다. 마음이 조금 더 편해질 수 있다. 달리말하면 포기라고 할 수도 있겠다. 나는 내가 좋아했던 것을 포기했다. 억척스럽게 마음에 담아두며 좋아했던 것 들을 놓아버리니 마음이 한결가볍다. 어지럽던 머릿속도 얼추 정리되는 기분이 든다. 이젠 오로지 나만 생각하기로 했다. 내가 제일 중요하다고, 나를 더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놓지않기 위해, 나를 위해 나는 포기했다. 인정했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변화인 것 같아 마음에 든다.
아플 수 있다. 나는 또 언젠가 아프겠지. 지금처럼 몸도 마음도 지쳐 하루가 살기 버거울 때가 오겠지. 그럴 때마다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고 막연히 믿으며 그 아픔을 견디겠지. 이젠 그러지 않으면 좋겠다. 그 아픔을 그냥 받아들이고 나만 생각했으면 좋겠다. 하소연하고 싶고 누군가를 탓하고 싶은 그 울분을 나에게 다 토해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돈을 써도 좋고 시간을 써도 좋으니 영화를 보든 책을 읽든 무언가에 빠져 벗어나길 바란다.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간은 느리게 지나간다. 현재에서 보니까 이제와서야 시간이 빠르다는 입발린 말을 할 수 있는거지, 그 순간은 죽을만큼 느리게 가는 걸 누구보다 잘아니까.
덤덤해지는 척 하는거지 절대 덤덤해질 수 없다. 나는 안다. 무뎌질 수 있다고 치부하는 것이지, 절대 나는 무뎌질 수 없다. 이 아픔을 나는 계속해서 토해내면서 나를 또 꺼내고 꺼낼거다. 이 감정이 낡을 때까지 아플 때마다 꺼내고 꺼내버릴거다. 그렇게 버려질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