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겨울인가 보다.
나아지고있다. 괜찮다. 안아프다. 아파도 견딜 수 있다. 그래서 괜찮다.
글을 읽는다. 이해가 안돼도 읽는다. 영화를 본다. 이해를 못해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본다.
내가 변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안다. 그래서 더 발악하고 있다.
언젠가 변할지도 모르겠지, 막연한 생각을 갖고서 하루하루를 다르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조금 더딜지 몰라도 벗어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 기억들로부터, 그 사람들로 부터.
느리지만 준비하고 있다. 천천히 준비하고 있다. 더딜지 모르겠지만 조금이라도 달라지고 싶어서 변하고 있다.
이곳에 적응하고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체념했다. 적응이 아니라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무언의 혐오와 증오가 남아있다. 나는 이걸 애써 외면하지 않는다. 애써서 지우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그럴 수록 더 괴롭다는 걸 알았다. 이 감정을 완전히 지울 수 없다는걸 알았다. 나는 만족하지 못한다.
덜 아프도록 노력하는거다. 덜 괴롭도록, 덜 힘들게. 여전히 괴롭고 힘들다. 여전히 아프고 여전히 울고싶다.
도망치고 싶다. 막혀버린 시멘트 바닥에 비집고 올라온 잡초가 차라리 더 열정적이겠다.
버려진 사막에 혼자 오아시스를 찾아헤맨다. 신기루가 보인다. 신기루에 나는 내 모든 걸 내줬다.
버려졌다. 나는 스스로 일어나야한다. 밤이 되어간다. 나는 일어나기가 무섭다. 차라리 이 곳에 앉아 기다리고 싶다.
좋은 생각만 하고싶었다. 더 밝은 사람이 되어서, 더 좋은 사람이 되어서, 더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어서
내가 원하는 곳을 가고싶다. 내가 원하는 걸 해 보고싶다. 이 무력한 삶에서 벗어나고 싶다.
근데, 내가 원하는 곳을 가면 나는 더 이상 무력하지 않은 존재가 될 수 있을까? 온 평생을 내 어깨에 붙어 살던
이 지긋지긋한 무력감이 사라질 수 있을까. 일단 원하는 곳에서 갈 수만 있다면야.
뭔들 못하겠냐만은.
오늘도, 내일도 나는 달라지기 위해 발악한다. 희망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두 손으로 꼭 쥐고 하루를 살아간다.
그렇게 버티고 버틴다. 지옥같은 삶이 괴로워도 벗어날 수 있을거라는 막연한 믿음으로 살아간다.
덜 외롭고, 덜 우울하게. 덜 괴롭게. 나를 위로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