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필적에

여름

이제우 2019. 7. 10. 02:03

너무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가슴이 미친듯이 뛰었다. 마음같아서는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다. 악을 쓰면서 안에서 꿈틀대는 것을 토해내고 싶었다. 머리를 쥐뜯어가며 터질 것 같은 가슴을 때려가면서라도 내 감정을 모두 쏟아내고 싶었다. 울고싶었다. 마른 하늘은 싸늘하기만했다. 여름 밤인데. 열대야는 없었다. 차가운 에어컨 바람처럼 공기가 찼다. 숨이 턱턱 막혔다.

 

울고싶은 감정을 억누른다. 누르고 또 누른다. 할 수 있을 때까지 할거다. 운다고 뭐가 달라질까. 우는 내가 비참하기만하다. 지고싶지않다. 적어도 지금은 남은 시간까지 당당하게 해내고 싶다. 어떻게든 기어올라가고 싶다. 꿈꾸는건 죄가 아니다. 이루고자하는 열망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다행이다. 이루고싶은게 있어서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생겨서 다행이다. 정신차리라고 무언가가 세게 내 뒤통수를 친 것 같다. 아프진 않다. 다만 쉴새없이 차오르는 감정들을 이겨내는게 조금 버거웠다. 다 토해내고 싶은데 아직은 내가 어려서 그런지 이걸 다 토해내면 내가 지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억눌렀다. 다시 올라와서 나를 뒤흔들지 못하도록 그래야 내가 이기기라도 하는 것처럼. 아무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저 남들보다 더 많이 무언가를 해야한다. 더 집중해서 이루어야 한다. 내가 지금까지 한 것들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도록해야한다. 내가 할 수 있는한 최대로, 계속해서 최선을 만들어내야 한다. 더 많이, 더, 성장해야한다. 그래야만 한다. 나는 이겨내야한다. 더 큰 그릇이 되어 당당하게 배울 수 있는 사람이 되고싶다. 

 

어떻게든 이루고말아야지. 나는 절대 믿지 않는다. 불신을 믿지 않는다. 절대, 그 무엇도 기대하지 않는다. 어떤 일말의 상상도 하지 않으려한다. 기대는 희망일수도 있지만 가까이서 보면 실망의 다른 말이 되어 나를 찌르려 항시 대기중이다. 언젠가는 분명 나를 찌르고 내가 피를 보게 만들 것이다. 과거에 내가 아파했던 것처럼. 이제 나는 더 이상 아파하지도 굴복하지도 않을거다. 체념하며 무너지지 않을거다. 다시 일어날거다. 시간은 충분하다. 죽어가지만 않으면 된다. 나는 더 이상 나를 죽이지 않을거다. 막연한 내 바람을 이루기위해 다시 노력할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