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나서,

이제우 2020. 12. 26. 02:30

죽고싶다는 생각을 수십번, 수백번한다. 상담할때마다 이런 생각을 하는게 위험하다고 하는데 딱히 그리 위험할 일은 없다. 그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나는 그리 강단있는 사람이 아니다. 구체적으로 죽으려 계획을 짠 적도 없었고, 죽으려 시도했던 적도 없다. 그냥 생각만 하는거다. 죽고싶다. 죽고싶다기보다 사라지고 싶다라는 말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죽고싶다라는 말을 하지 않으려고 최대한 노력했다. 입밖으로 내뱉다가 정말 그렇게 될까봐, 죽을까봐 무서워져서 어느순간에는 죽고싶다는 말이 턱끝까지 차올라도 그 말을 삼켰다. 그렇게 말을 안 하면 죽고싶다는 생각에서 멀어질 줄 알았다. 죽고싶어도 엄마를 생각하면 그러면 안되니까. 이런 생각하는 것 자체도 불효라고 생각했으니까. 

 

죽고싶다는 생각은 여전히 많이 하는데, 이젠 살기싫다는 말을 많이 한다. 침대에서 몸을 뒤척이다 무의식중에 살기 싫다는 말을 한다. 문득 살기 싫다는 생각이 든다. 무기력하다. 우울은 잦은 감기처럼 또 찾아와 생각을 휘젓고 나를 무력하게 만든다. 그럴 때마다 살기싫다. 죽고싶다.

 

살고싶다. 살고싶어서 발악했더니 더 죽고싶어졌다. 죽고싶은데 그래도 살고싶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숨이 붙어있는 한 계속 살아가야 하니까 살고싶다. 어쨌든 살아야 하니까. 어떻게 이 우울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래도 살면 살아지니까. 그러다보면  또 살아갈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