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봤던 그 사람이 궁금해져서 다가갔다. 처음만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두 번째든 세 번째든 사람 마음갖는건 언제나 어려운 것같다. 몇번이고 지우고 썼다. 보내지도 못할 말을 썼다가 지우고, 차마 번호도 저장하지 못하고 몇번을 고민했는지 모른다. 후회해도 돌아가면 똑같이 행동할 걸 알아서 체념했다. 물은 이미 엎질렀는데 뭐, 닦을 수밖에.
좋은데 싫었다. 마냥 좋지도 않았고 마냥 싫지도 않아서 복잡했다. 차라리 싫기만 했으면 좋았을텐데. 너는 어쩌다 내 눈안에 들어와서, 내가 미쳤다고 잡았지. 내 눈에 맞춰주는 네가 좋았다. 그래서 한동안은, 아주 잠시동안은 기대도 했던 것같다. 다른 사람과 달리 너를 부르는게 조심스러웠으니까.
지나면서 느낀 건 너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거였다. 싫지도 좋지도 않았다. 그냥, 그랬다. 귀찮은게 많은 나라서 소홀해졌고 너도 귀찮아졌다. 좋아했다면 이러지 않았겠지. 주변사람들이 입모아 얘기하더라고. 좋아한 게 아니라고. 차라리 네가 좋은 여자를 만났으면 좋겠다고 막연히 생각을 하게 되었을 때, 네 마음이 변하고 있는 걸 알았을 때 나는 끝을 생각한 것같다. 인연을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우린 생각보다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나보다. 어쩌면 내가 너에게 바라는 게 많았을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면 그렇게 많은 걸 바란건 아니였는데 그 상대가 너라는게 마음에 안 들었는지도. 아니면 안 맞았는지도 모르지.
좋다는 사람까지 굳이 밀어내면서 외롭다는건 이기심때문일지도 모른다. 귀찮다는건 대체 어떤 마음인걸까. 사람이 궁금하지 않다. 사람에 대한 기대도, 미련도 없다. 이러면 상처줄 일도 없고 상처 받을 일도 없을 줄 알았다. 관심없는게 상처를 주는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바보같았지. 외로움이 뭔지 잘 알아서 안타까웠고 그래서 더 같이 있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 상대가 내가 되고 싶지 않았다. 나도 외로운데 외롭다고 단순히 너를 내 외로움 달래는 용도로 쓰고싶진 않았다. 끝내고 싶은 마음엔 이런 생각도 있었던 것같다. 나만큼이나 외로워하는 네가 정말 나를 좋아했던건지, 아니면 단순히 오랫동안 외로워서 그랬던 건지. 그렇다면 꼭 내가 아니여도 네 외로움은 채워질 수 있는 게 아닐까. 어쨌든 네가 지금은 외롭지 않았으면 이기적인 나는 멀리서 바랄뿐이다.
사람마음이란 건 참 간사하다. 어느 순간 마음을 빼앗겼다가 다시 돌아온다. 크게 바라는건 없다. 그저, 나때문에 다른 사람이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