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
나에 대해서 우연히 봤던 그 사람이 궁금해져서 다가갔다. 처음만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두 번째든 세 번째든 사람 마음갖는건 언제나 어려운 것같다. 몇번이고 지우고 썼다. 보내지도 못할 말을 썼다가 지우고, 차마 번호도 저장하지 못하고 몇번을 고민했는지 모른다. 후회해도 돌아가면 똑같이 행동할 걸 알아서 체념했다. 물은 이미 엎질렀는데 뭐, 닦을 수밖에. 좋은데 싫었다. 마냥 좋지도 않았고 마냥 싫지도 않아서 복잡했다. 차라리 싫기만 했으면 좋았을텐데. 너는 어쩌다 내 눈안에 들어와서, 내가 미쳤다고 잡았지. 내 눈에 맞춰주는 네가 좋았다. 그래서 한동안은, 아주 잠시동안은 기대도 했던 것같다. 다른 사람과 달리 너를 부르는게 조심스러웠으니까. 지나면서 느낀 건 너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거였다. 싫지도 좋지도 않았다. 그..
잡념 잠깐이나마 관심이 생겼던 사람은 그 사람에게 관심을 가졌다는 사실 만으로도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그냥 그렇다. 가끔은 누군가가 좋다가도 금방 흥미를 잃고 만다. 그렇다고 네가 생각나는 것도 아니다. 네가 그립지도 않다. 그동안 너를 향했던 무수한 말들이 다 혐오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너를 좋아하는 것조차 죄스럽다. 왜 너를 좋아해서 나는 내뱉지도 못 할 말을 여기다 쓰고 있는걸까. 미안, 미안.
존재의 의미 사랑인 줄 알았다. 남들과 비교했을 때 너에 대한 감정은 다른 줄 알았다. 그래서 그게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너만, 그냥 네가 행복하다면 됐다고. 너를 미치도록 좋아하고 사랑해서 그런 줄 알았다. 도대체 나는 너를 사랑한 걸까. 그 순간을 사랑한걸까. 힘든 시간을 견딜 때 네가 있어서 힘들지 않았다. 죽을 것 같아도 너를 보면 기분이 좋아졌다. 네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서 힘들어도 살 수 있었다. 너를 볼 수 없다는 걸 알았을 때 그래서 더 절망적이었다. 근데 이젠 이 모든게 너를 사랑해서 그런 게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단지 힘들 때 버틸 수 있었던 수단처럼 느껴진다. 착각이라 말했던 사람들의 말처럼 나는 착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처음이라 그런게 아니라, 정말 그게 사랑이 아니였을지도. 넌 이..
그사람에 대해 궁금한게 많았다. 어디에 사는지, 영화는 좋아하는지, 즐겨듣는 노래는 뭔지, 힘들땐 뭘하는지. 그사람이 선택해 놓은 노래를 매일 훔쳐 들었다. 바보같지만 어쩔 수 없었다. 하필 노래 가사가 왜 이따윈지 모르겠다. 좋아하는 건 아니다. 싫어하는 것도, 그냥 그 어느 중간에 있는 것 같다. 차단을 누르면 연기처럼 사라질 사람인데 쉽사리 그렇게 하지 못한다. 번호도 삭제를 하고 문자도, 카톡도 다 지웠는데. 자존심이 상해도 흔적을 완전히 지우긴 싫었다. 비참해서 아무한테도 얘기하진 않았다. 그냥 가끔씩 생각나서 벽을 보며 허공에 주먹질하는 걸로 내 비참함을 달래고 있다. 짜증나.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나는 아쉬운 쪽이니까. 근데 대체 뭐가 아쉬운걸까. 그래봤자 나는 너를 계속 좋아하는데. 놓칠..
비었다 생각나는 것도 생각날 것도 없다. 긴 시간의 막을 내릴 때가 되었다. 정말 자유로워졌다. 너로 인해 긴 밤이 괴롭지도 않고 너와 닮은 사람을 봐도 힘들지 않다. 널 생각하는 시간이 줄었다. 이젠 너를 생각하지 않는 시간이 더 길다. 이젠 잊고 산다. 다행이다. 홀가분하다. 시간이 지나니 괴로웠던 감정조차 무뎌진다. 무서울만큼 감정이 식었다. 닮은 사람을 봐도 네 생각이 안난다. 마음에 무언가 커다랗게 뚫린 것같다. 공허한데 시원하다. 씁쓸하면서도 빈 느낌이 싫지않다. 가벼워진 마음이 짙은 새벽을 더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너로 가득했던 밤이 이젠 나로 가득하다. 몸이 멀어지니 마음도 멀어지는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인가보다. 너를 보지못하니 마음이 생기고 싶어도 생길 수가 없다. 웃기지만 사실이다. 그사실이 ..
신기루 온종일 너를 찾아다녔다. 아닐걸 알면서 그리워하고 찾아다니면서 기억에서 너를 억지로 끄집어낸다. 그렇게 나를 괴롭히고 아프게 만든다. 아물어가는 상처에 일부러 칼집을 내고 살을 찢는다. 베어나오는 피를 보면서 그제야 만족한다. 요즘 나는 그렇게 너를 생각하며 지낸다. 나를 모르는 네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 너를 나는 아프지 않으면 좋겠다고 바라고 또 바란다. 네가 아프질 않길, 슬프지 않길, 괴롭지 않길. 바란다. 행복하길. 눈을 뜨는 아침이 힘겹지 않기를. 그런 바람을 꿈꾸는 것조차도 사치처럼 느껴진다. 한 없이 미련하고 어리석은 행동같음을 알면서도 그래서 눈물이 나는걸 알면서도 울면서도 네가 행복하길 바란다. 내가 아픈건 네 아픔까지도 내가 대신 아파하기 때문이였으면. 그런 바보같은 생각까지 하면..
흰색 운동화가 너를 찾아갔나보다. 더 이상 나는 흰색 신발을 찾지 않을거다. 왜 그토록 흰색 신발을 찾아다녔는지 이제는 알 것 같다. 나는 사라진 흰색 신발을 따라 너를 찾고있었다. 수많은 사람들 사이로 너를 찾아헤매던 불쌍한 눈으로. 굳이 찾지 않아도 된다. 네 흔적은 생각보다 흐리고 선명해서 잊으려고 노력하면 잊을 수 있다. 이제는 내가 놓아줄 수 있을 것같다. 흰색 신발이 없어도 나는 걸을 수 있다. 흰양말이 더러워지더라도 나는 찾을 수 없는 신발을 찾지 않을거다. 어디로 갔을까. 너는 어디로 갔을까. 어디에 있을까. 이따위 질문을 하지 않을거다. 평생 풀릴 수 없는 물음을 질질끌고다니며 나를 괴롭히지 않을거다. 알았다. 흰색 신발은 혼자 네게로 갔다. 내가 영영 찾을 수 없는 네곁으로 나대신 가버렸다. 너를 다시 만난다면 나는 흰..
명멸하다 소멸하고 다시 명멸하고 소멸하고 오랜 시간 너를 잊기위해 애썼다. 오로지 잊기위함으로. 이제 너를 잊어간다. 네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 나를 괴롭게 했던 네 뒷모습도 기억나지 않는다. 네 걸음걸이도, 내게는 한 번도 보여준적 없던 네 웃음도. 나를 떨어트렸던 미운 그 눈조차도. 아무리 기억해내려해도 기억나지 않는다. 어째서 이 끝에서조차 나는 자유롭지 못할까. 잊혀진다고 안아픈게 아닌데. 잊혀져서 아프다는 걸 알았다. 그저 아무런 감정도 남지 않을 때가 되면 너를 생각해도 아프지 않을 줄 알았는데. 그동안의 시간들 때문에 너는 존재마저도 너무 아파져서 나를 비참하게 만든다. 남은 미련으로 나를 끌어내린다. 나는 뭘 기대한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