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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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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새로 시작되는 여름은 늘 설렌다. 나는 어떤 여름을 또 보내게 될까. 여름을 나름 계획적으로 보내고 싶었는데, 시작부터 마음처럼 되는게 없다. 그래도 상관은 없다. 인생이 마음대로 되면 그게 인생인가, 영화지. 마음대로 되면 좋겠지만 마음대로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즐기면 된다. 뭐 별거 있나. 그냥 지나는대로 사는거지. 글쓰면서 읽으면서, 생각하면서, 사는 거지. 뭐든 마음먹기에 달렸다.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걸 아는데 마음을 못 먹는게 문제지. 마음을 대체 언제 먹을려고 이러는건지 모르겠다. 마음만 먹으면 뭐든 할 수 있는데, 이 마음먹는데만 시간을 다 보낸다. 확고하고 확실한게 없다. 어쩌라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냥 사는 거다. 일단 마음부터 먹고 시작해야지 않겠는가? 뭐, 안 되면 그또한 실패의 배..
2019 올해의 여름은 재미 없이 흘러갔다. 지루했고 외로웠다. 원없이 책을 읽었다. 하루종일 글만 쓰고 읽었다. 지독히도 평온해서 다행이었고 그래서 시시한 여름이었다. 여름의 끝자락에 와서야 여름이 안가길 빌었다. 이렇게 여름을 보내기에는 내 젊음이 아까웠다. 나는 오랜 밤을 이름없는 사내를 위해 보내야 했다. 열대야보다 깊은 감정때문에 수많은 새벽 잠을 설쳤다. 어떤 변화도 아픔도 행복도 없는 그런 여름이었다. 어쩌면 지나고나서 봄인 줄 알았다는 말처럼 지나고나서야 내 여름이 행복했구나 느낄 수도 있을지 모른다. 이제와서까지 이런 생각이 안드는 거 보면 이번 여름은 최악인게 분명하다. 파릇한 새싹들도 푸른 나무의 색도 밝은 햇살의 눈부심도 나를 행복하게 해주지 않았다. 긴 장마가 계속되었다. 짙게 깔린 회색구..
18도. 에어컨을 킨다. 차가운 녹차물에 밥말아 먹는걸 좋아한다. 이여름은 지독히 따분하고 지루하다. 우울하고 괴롭다. 더위는 참을 만하다. 참을 수 없는건 이 좁은 방안의 적막과 외로움이다. 나를 아무것도 아닌 사람으로 만드는 시간이 괴롭다. 혼자서 할 수 있는게 많은데도 사람을 찾게 된다. 시원한 바다에 빠져 걱정거리없이 수면위를 떠다니고 싶다. 그럴 여유가 없는 것도 아닌데. 왜 나는 이 딱딱한 침대위에서 한 여름을 보내고 있는걸까. 침대위의 여름은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아무것도 못하게 만든다. 작년에는 여름이 행복해서 가지않았으면 했는데 올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해서 여름이 안갔으면 좋겠다. 한 것도 없는데 여름이 간다니. 내게 기회라도 주지 그랬어. 나는 아무것도 못했잖아. 올해 여름이 제일 최악이다. 올해 하반기는 ..
2017 여름이 좋다. 갈증에 목마른 게 좋았고, 편안함에 눈이 멎는 게 좋았다. 익숙해지기보다 매 순간 무뎌져 다시 상기되는 것들이 있다. 한 여름에 시끄럽게 우는 매미 울음소리가 그렇고, 초록색으로 진하게 물든 나뭇잎과 풀들이 그렇다. 숲에 빼곡한 초록색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들이 이상하게 마음을 간지럽힌다. 햇살은 뜨겁고 그 아래 모든 생명은 질긴 생명력을 갖는다. 알에서 깨어난 벌레들과 더위를 벗어나기 위해 휴가를 가는 사람들. 그리고 새로운 열매를 맺는 나무들. 뜨거워질수록 혼잡한 세상이 더 어지러워진다. 선풍기 하나에 즐거움이 있었는데. 열대야에 식을 줄 모르는 밤 속에서 잠이 들고 무더운 열기에 땀 흘리며 깨는 아침. 찝찝하면서도 싫지 않았던 그런 날들. 다 포기하고 싶어지는 무기력함에도 여기저기 느..
파란 목소리를 들으면 숨이 멎는 기분. 그 이름 석자에도 가슴이 뛴다. 형용하기 어려운 감정들이 한꺼번에 몰아쳐 온다. 나는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그 이름 석자때문에, 나는 감정의 파도에서 오늘도 허우적 거린다. 사랑, 사랑. 이걸 사랑이라 말할까. 너는 나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네 눈동자에 비친 푸름이 이 여름을 더 싱그럽게 만든다. 여름에 너는 또 한 번 빛이 났다. 작년 여름도 그렇게 내 모든 걸 앗아갔으면서 또, 이 여름속에서 너는 내 모든 걸 앗아갔다. 더운 여름인데. 너만 보면 여름이 푸르다. 너를 생각하니 가슴이 뛴다. 보고 싶다. 근데 보고 싶지 않다. 보면 또 감정에 휩쓸려 나는 홀딱 젖고말겠지. 나는 하루종일 파도속에서 허우적거리다가, 또 빠지고 말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