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여름은 재미 없이 흘러갔다. 지루했고 외로웠다.
원없이 책을 읽었다. 하루종일 글만 쓰고 읽었다.
지독히도 평온해서 다행이었고 그래서 시시한 여름이었다.
여름의 끝자락에 와서야 여름이 안가길 빌었다. 이렇게 여름을 보내기에는 내 젊음이 아까웠다.
나는 오랜 밤을 이름없는 사내를 위해 보내야 했다.
열대야보다 깊은 감정때문에 수많은 새벽 잠을 설쳤다.
어떤 변화도 아픔도 행복도 없는 그런 여름이었다.
어쩌면 지나고나서 봄인 줄 알았다는 말처럼 지나고나서야 내 여름이 행복했구나 느낄 수도 있을지 모른다.
이제와서까지 이런 생각이 안드는 거 보면 이번 여름은 최악인게 분명하다.
파릇한 새싹들도 푸른 나무의 색도 밝은 햇살의 눈부심도 나를 행복하게 해주지 않았다.
긴 장마가 계속되었다. 짙게 깔린 회색구름이 하늘에 가득했다. 축축히 젖은 신발 밑창은 늘 더러웠다.
나는 사람들 만나는게 두렵고 어려웠다.
혼자있을수록 느껴지는 외로움과 고독으로 관계에 대한 회의와 모순을 느꼈다.
결핍이 무섭게 느껴졌다. 나자신이 외로울 수록 집착하는 것같아 초라하고 불쌍하게 느껴졌다.
나는 이 여름이 힘들었다. 좋아하고 싶은데 좋아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어설프게 다 지나간 여름을 보며 붙잡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했었다.
그게 다 였다. 떨어져 나가는 낙엽을 보면서 안타깝지도, 서늘해지는 날씨에 아쉬움을 느끼지도 않았다.
그저 다음 여름은 이보다 더 빛났으면, 더 행복했으면 바랄 뿐이다.
여름이 아팠던 것만큼 겨울은 더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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