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녹차물에 밥말아 먹는걸 좋아한다.
이여름은 지독히 따분하고 지루하다. 우울하고 괴롭다. 더위는 참을 만하다. 참을 수 없는건 이 좁은 방안의 적막과 외로움이다. 나를 아무것도 아닌 사람으로 만드는 시간이 괴롭다. 혼자서 할 수 있는게 많은데도 사람을 찾게 된다. 시원한 바다에 빠져 걱정거리없이 수면위를 떠다니고 싶다. 그럴 여유가 없는 것도 아닌데. 왜 나는 이 딱딱한 침대위에서 한 여름을 보내고 있는걸까. 침대위의 여름은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아무것도 못하게 만든다.
작년에는 여름이 행복해서 가지않았으면 했는데 올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해서 여름이 안갔으면 좋겠다. 한 것도 없는데 여름이 간다니. 내게 기회라도 주지 그랬어. 나는 아무것도 못했잖아.
올해 여름이 제일 최악이다. 올해 하반기는 괜찮을까 모르겠네. 얼굴에 모기를 몇방이나 물렸는지 모른다. 가렵다. 얼굴이라 긁을 수도 없다. 잘 때 무의식중에 긁으면 일어났을 때 그보다 난감한 일이 없다. 정신력으로 버텼는데 결국은 긁어버려서 부어오른다. 심하면 진물도 난다. 얼굴인데. 흉까지 지면 답이 없다. 이 여름은 내게 엿만 냅다 날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