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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념

내가 그렇지 뭐.


이 말이 나를 얼마나 벼랑끝으로 몰았는지 모른다. 이 생각이 들었다는 건 나는 이미 너를 포기했다는 의미였다. 이 생각이 들었다는 건 너와 내가 절대 우리가 될 수 없음을 깨달았다는 의미였다. 나는 또 패배자였다. 내가 그렇지 뭐. 


이젠 그 눈을 보고도 기억하지 못한다. 알면서 모른 척한다고 해야 맞는 말이겠지만. 뒤늦게서야 너인줄 알고나면 이미 너는 떠나고 없다. 나는 또, 너를 그렇게 보내버렸다. 허무하게. 강물처럼 미련없이 흘러내려간다. 두 번 다시 그자리에 오지 못하는 강물처럼. 


무뎌진 줄 알았다. 잊은 줄 알았다. 잊은 것 같아서 자신만만했다. 너 하나쯤은 아무 상관없다고 여겼다. 처음 듣던 얘기에 실없이 웃으면서도 아무렇지 않다고 여겼다. 자기합리화하면서 얼마나 너한테 무뎌졌다고 여겼는지 모른다. 근데 네 눈을 보니 그게 아니더라. 바보같이 또 생각하고 밤마다 괴로워야 했다. 밀려드는 씁쓸함과 허무함에 또 괴로워야 했다. 볼 수 없다는 두려움에 잠에 들지도 못하고 밤위를 정처없이 걸어다녀야 했다. 아무상관없다고 여기면서도 지독히도 너와 엮이도 싶은 욕구를 무시하기가 어렵다. 이러다 시간이 지나면 또 괜찮아질까. 이렇게 영영 너를 못보게 되면 무뎌질까. 


이젠 정말 잊어야겠다. 어떻게든 뭘해서라도 잊어버려야 겠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해주겠지. 직면할수록 내가 너무 초라해져서 미치겠다. 이런걸 현타온다고 하나. 진짜 네가 뭔데. 눈 마주친게 뭐 대수라고. 그때 본 눈을 왜 아직도 잊지 못하는지. 그깟 눈맞춤이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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