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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

한 여름 밤의 꿈


너무 사랑했는데. 가슴벅찰만큼 좋아했는데. 좋아했던 것들이 한순간 사라지니까 허망하다. 내가 그렇지 뭐. 아무렇지 않게 똑같은 일상을 살아간다.  그 작은 변화에 하루하루가 너무 행복했었는데. 결국은 다시 돌아왔다. 모든게 제자리에서 변함없이. 나 또한 그렇게.


아직은 그런 감정조차도 가질 자격이 없나보다. 내가 지키지 못했다고. 내가 더 사랑하지 못했다고. 다 내 잘못이다. 내게 그런 것은 사치일 뿐이다. 처음부터 지킬 자신도 없는 애송이었으니까. 사랑을 받기보다 주고싶었는데. 내가 받았던 그 벅찬설렘보다 더 많은 사랑을 주고싶었는데.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아무것도 지킬수가 없었다. 놓아주지도 못했는데. 아무런 정리도 하지 못한 채로 이 상황을 맞이해야 했다. 생각보다 잔인한 일이라는 걸 깨달은 건 꽤나 지나서였다. 이런 일을 덤덤히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저 반응하는 속도가 느린거였다. 괜찮지가 않다. 하나도, 괜찮지가 않다. 밤에 누우면 죄의식으로 잠에서 깬다. 답답함에 잠에 들기가 힘들다. 행복하고 싶은데. 행복한게 어렵다. 결국은 돌아온 내 일상인데.


내겐 주어지지 않는걸까. 운이 없는건 알았는데. 이렇게 운이 없을 줄이야. 인연을 만들 줄 모른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무능한 사람일 줄이야. 내가 너무 바보같아서 매일밤 자책하고 또 자책한다. 스스로를 탓하고 또 탓할 수록 밀려드는 허무감에 잠에 들지 못한다. 아무리 나를 나무래도 달라지는 게 없다. 계속해서 쌓여가는 자기혐오와 허무함. 무언가를 탓해야만 살 것 같았는데. 이도저도 아닌 이 상태에서 나는 뭘 할 수 있을까. 붙잡고싶어도 잡힐 수 없을 만큼 멀어져버린 것들을 어떻게 돌이킬 수 있을까. 너를 포기하면서 나는 또 체념했고, 사랑하는걸 잃으면서 나는 또 체념해야 했다. 내가 그렇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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