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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

살아있음에 있어

 살기위해 발악하는 젊은 영혼이 딱하다. 

죽고싶었다. 모든 걸 포기하고 이 지옥같은 삶의 연속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렇게 벗어날 수만 있다면 몇번이고 그러고 싶었다. 막막한 미래를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현실조차도 막막한 현 상황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싶었다. 차라리 놓아버린다면 다 끝날 텐데. 또 하루가 지나는 걸 보며 나는 막연히 죽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근데 생각해보면 나는 죽고싶은 게 아니라 살고싶었다. 살고 싶어서 선택했던 것들이 내 발목을 잡고 나를 지속적으로 괴롭혔다. 사람답게 살고싶었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었다. 똑같은 출발선에 서서 사회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내 막연한 바람들이 목을 졸랐다. 죽고싶지않았다. 살아야 했다. 어떻게든 살아서 나를 알리고, 숨을 쉬며 내가 있음을 말해야 했다. 그 모순이 나는 지독히도 안타까웠다. 이렇게라도 살아야 하는 내가 안쓰러웠다. 나날이 지쳐가는 몸을 이끌고 부서진 마음을 다잡는 건 오로지 내 몫이었다. 주변인의 시덥지 않은 위로와 동정은 필요하지 않았다. 나는 그저 살 수 있을 만큼 내 숨통이 트이면 그만이었다.

 

 내목을 내가 조르고 있었다. 어떻게든 죽지 않으려고 발끝에 힘을 주며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목을 조르는건 천장에 메단 밧줄이 아니라 내 손인데도 나는 바보같이 바닥에서 발을 떼지 않으려고 온 힘을 다하고 있었다. 나는 언제까지 이런 상태로 있을까. 나는 왜 알면서도 내 목을 그만조르지 않는걸까. 나는 왜, 나는 왜 또 살기위해 발악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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