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면 목이 아프다.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다. 추운 공기는 아침을 더 적막하게 만든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일어나 나는 다시 나로 태어나기위해 준비한다. 내가 되기 위해 거울앞에 선다. 나는 오늘도 내가 되었다.
아프다. 이 시간들을 견디는 게 아프다.
나로 인해 죽어간다. 늪에 빠졌을때 당황해서 허우적거리면 더 빨리 빠져버리듯이 스스로가 자초한 죽음과 같다. 선택의 책임은 오로지 내 몫이다. 나는 그걸 안다. 그래서 더 죽어가는 걸지도 모르겠다.
허리가 아프다. 제대로 앉아있는게 힘들다. 오른쪽이 아파서 자꾸 반대편으로 꼬구라진다. 가까운 곳에서 급하게 파스를 사왔다. 보이지도 않는 등에 옷을 대충올리고 붙이는 폼이 꾀나 우습다. 오래전 할머니의 등에 파스를 붙여주던 어릴 때의 내가 생각났다. 일에 찌들었던 그 넓은 등에 흰 파스를 서너개씩 붙이곤 했었는데. 왜 붙이는지 이제야 알겠다. 그때의 나는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었는데. 욱신거리는 허리에 파스를 붙이고 화끈거리는 허리를 움켜쥔 채 과거를 회상하고 있는 나를 보니 이젠 아는 것 같기도 하다.
정신이 아프다. 눈빛에 힘이 없어진다. 생각이 느려지고 단순해진다. 어쩌면 더 복잡할지도 모른다. 잡생각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그런데도 사고회로는 느려진다. 어떤 일에 있어 대처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말끝을 늘인다. 그러다 눈을 감는다. 하고싶은 말을 다하지 않고 목구멍으로 다시 삼켜내린다. 가끔씩 쓴물이 올라오지만 억지로 눌러버린다. 눌러서 안눌러질 감정은 없다. 그저 그때그때 내가 어떤 상태냐에 따라 감정을 토해내는 게 다를 뿐이지.
꿈은 정신없이 몰아친다. 잠을 자는 것은 행복하나 꿈을 꾸는 건 불행하다. 꿈이 없는 잠을 자고싶다. 꿈에 방해받는 잠은 오히려 나를 피폐하게 만든다. 질책과 분노, 징그러움, 두려움, 공포. 쫓긴다는 불안감. 요즘 꾸는 꿈은 하나같이 나를 죽이고 싶어한다. 나는 살기위해 발버둥친다. 잡히지 않기위해 달린다. 나를 쉴틈없이 쫓고, 쫓는다. 내가 꿈에서 깨어날 때까지 이 공포감 사라지지 않는다. 사람들의 질책과 이유없는 비난을 듣는다. 꿈은 꿈이지만 현실이 될까봐 두렵다. 가상과 현실이 둘 다 두렵다면 그것도 정상이 맞을까. 나는 어디로 벗어날 수 있는 걸까.
눈물이 나지 않는다. 울고싶다. 울고나면 속이 시원할 것 같은데. 멍하니 초점없는 눈은 무언가를 찾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슬픈 감정이 들지도 않는다. 차라리 억울한 감정이 든다고 하면 그게 더 맞을 것 같다. 억울하고 두렵다. 일어서는게 두려운 나날이 지속된다. 무뎌지지 않는 감정들은 매번 덤덤히 참고 있는 내 옆구리를 몇번이고 찌른다. 계속해서 찌르고 찌른다. 내가 그만해달라고 해도 멈추지 않는다. 나는 계속해서 상기해야 되고 아파야한다. 어쩔 수 없는 반복이다. 체념할 수 밖에 없다. 아파야 하는 걸 멈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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