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편 소설을 썼다. 처음이라는 것에 굳이 의미를 담고싶진 않았다. 처음이라서 너무 거지같으니까. 어디 내 놓기도 부끄러운 소설이니까. 근데 그게 좋아서 몇번을 읽었다. 소설을 다 썼는데 주인공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웠다. 바보같은데 그랬다. 어쩌면 이 소설의 대부분은 내 20대 초반의 기억이 압축되어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좋았던 기억만, 그리고 지금의 나와 함께.
삶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 깊게 생각을 하기 싫어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계속 생각한다. 생각하기 싫은데 생각하게 된다. 귀찮아서 잠깐 전원을 끄고싶어도 눈치 없는 생각은 계속 돌아간다. 멈출 수 없어서 나는 살아가는 것을 생각해야 했다. 덕분에 두려움이 커졌고, 무서웠고, 우울해졌다. 가끔은 이 우울에 잡아먹혀 삶을 끝내고 싶다고 생각하며 살기도 했다. 그러다 괜찮아지면 사람들을 만났고, 다시 우울해지면 혼자 죽어라 나를 미워하며 죽음을 생각하고 다시 괜찮아지고. 그러면서 살기위해 터득했던 생각이 있었다. 흘러가는 대로 살자. 머리아프게 고민도 하지말고 굳이 생각도 하지말고 그냥 시간이 흐르는 대로, 마음이 가는 대로 살자. 이런 생각을 하니까 어느정도 마음이 가라앉았던 것같다. 강렬히 살고싶고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의지도 없었고 죽고싶다는 생각도 안 들었다. 현재에 내가 살아가는 것에 집중했다. 굳이 발버둥치며 누군가를 따라가야 하고, 내 나이에 속도는 평균적으로 나와 다르다는 강박에서 벗어났다. 내게 필요하다면 따라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내가 걷는 속도에 맞춰 나는 살겠다고.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누군가를 막연히 따라하며 살았던 적이 없었던 것같다. 마음이 가야 했고, 내가 싫다면 하지 않았다. 의식하진 못해도 나는 내 속도대로 가고있었는데, 남들과 다르다는 것에 있어 나는 조바심을 내고 있었다. 바보같이
흘러가는 대로, 마음이 가는 대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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